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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창작 소설】적벽, 그날의 맹세

by ggrruu06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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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가 기울어가던 혼란의 시대. 조조는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했다. 이에 맞서 손권과 유비는 힘을 합쳐 적벽에서 결전을 준비했다.

"형님, 이 싸움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장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옆에 서 있던 관우는 침착하게 수염을 매만지며 답했다.

"비록 조조가 수십만 병사를 거느렸더라도, 하늘은 결코 오만한 자를 돕지 않느니라."

유비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우리는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다. 백성의 희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그때, 뱃머리 쪽에서 군사 제갈량이 다가왔다. 하얀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물처럼 맑으면서도 깊었다.

"주공, 바람이 곧 변할 것입니다. 서풍이 불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가?" 유비는 물었다.

제갈량은 부드럽게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또한 백성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날 밤, 강가에는 짙은 안개가 깔렸다. 조조의 수군은 긴장을 풀고 술잔을 기울였다. 대업을 눈앞에 둔 그들은 자만심에 젖어 있었다.

"이 강남의 촌놈들이 어찌 우리를 당하겠는가?" 조조는 웃으며 술을 따랐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이 조조의 심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안개 너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곧이어, 불길이 하늘을 찢었다.

"화공이다——!!"

손권의 장수 황개가 이끄는 불타는 함선들이 강을 거슬러 돌진했다. 붉은 불꽃은 강물을 핏빛으로 물들였고, 조조의 수군은 혼란에 빠졌다.

"퇴각하라! 물러나라——!!"

조조는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배와 배가 얽혀 움직이지 못했고,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그 틈을 타 유비군과 손권군은 강을 건너 조조의 본진을 공격했다.

"형님, 여기서 조조를 잡으면 천하가 우리 것입니다!" 장비가 포효하며 창을 휘둘렀다.

"서두르지 마라. 백성이 가장 먼저다." 유비는 전장을 가로질러 달리며, 도망치는 병사들과 백성들을 이끌었다.

그 혼란 속에서도 조조는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이미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산길마다 매복이 깔려 있었고, 조조는 끝없이 포위망을 뚫어야 했다.

"천하의 영웅이라 불린 조조도 오늘은 사냥감에 불과하구나…" 관우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말 고삐를 조였다.

결국 조조는 가까스로 패잔병을 이끌고 북으로 도망쳤다.
적벽의 대전은 유비와 손권 연합군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늘은 다시 고요해졌다. 전장은 불에 그을린 잿더미만이 남았다.

제갈량은 언덕에 서서 타버린 강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하늘이 도운 자는 백성을 위하는 자이다. 오늘, 그 작은 씨앗을 심었다."

유비는 그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맹세는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이었고, 먼 훗날 삼국의 시대를 열게 할 첫걸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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